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건, '앞으로 결혼해서 애기 낳고 오래 다닐 회사'가 필요하지 않냐는 가족의 제안 때문이었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했던 내게, 무역이라는 전혀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애기 낳고, 키우면서 오래 다닐 회사'가 간절히 필요했고, 또 가족 회사였기에 오랜 고민끝에 이직을 했다.
그 후 3년 동안, 난 눈물바람으로 회사를 다녔다.
그런데 그런 회사는 없었어요.
난 그 '육아하며 오래다닐' 회사에서 육아휴직 1년의 반도 채 쓰기도 못하고 5개월차에 퇴사를 했다.
규모가 작았던 회사는 일손이 계속 부족했다. 물론 대체인력을 채용하지 않았다. 남은 직원들끼리 고통(?)을 분담하며 날 기다리겠다 했다. 난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러다, 육아휴직 5개월 차에, 한 달에 며칠만이라도 일해줄 수 없냐는 제안을 받았다.
복직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당장은 불가능했다.
우선, 아이 봐줄 사람이 없었고, 어린이집 순서는 한참 남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한달에 며칠이 보름으로, 그러다 복직으로 이어질 시나리오를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그러다 회사와 감정이 격해졌고, 난 결국 퇴사를 했다.
좋게 생각하자. 좋게.
갑자기 퇴사를 하게 되니, 달라진 건 없어도 서글펐다. 돌아갈 곳이 없어졌다.
내가 말로만 듣던, 경력단절녀가 됐구나. 무얼위해 공부했고, 열심히 살았지. 여자가 공부하면 몇 년 못 써먹고 애 키운다는 말이, 딱 내가 됐네. 부모님의 고생은 또 어떻고. 신세한탄을 하며 바닥까지 내려갔다.
좋게 생각하자 좋게. 평생 직장이 없는 요즘, 회사에 복직 했으면 몇 년이나 다녔겠는가.
난 인생 2막을 준비할 기회를, 남들보다 조금 빨리 받았다고 생각하자. 난 실업자가 아니다. 난 육아라는 노동을 하고 있고, 지금은 평생직장을 준비할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자. 그래도 눈물이 계속 났다.
재택근무하며 육아하기, 이게 되는구나!
그러다 좋은 기회로 100%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을 하게 됐다.
웹으로 하는 일이기에 출근할 필요가 없고, 근무시간도 자유로워 업무를 주말, 평일 육퇴 후에 몰아서 했다.
월급도 전 회사와 비교해 큰 차이가 안 났고(물론 적다. 하지만 그 전 회사 월급도 그리..), 가장 중요한 건 그토록 바라던 "육아하며 일을 할 수 있다는 점"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건, 육아를 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함께 나누고, 육아맘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서.
찾아보니 내가, 엄마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 그 일 중,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나의 목표.
당장 다음 달부터 사업자등록증을 내야 하고, 네이버 스토어팜도 열어야한다. 지난한 과정이겠지만, 열심히 블로그에 기록해야지. 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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